100여명에 가까운 휠체어 사용 장애인 단원들은 나이, 지역, 신분, 과거경력, 선천적·후천적 장애의 구분 없이 오직 합창을 위해 모여서 오롯한 시간을 보냈다. 장애유형도 문제가 없었고 전동·수동휠체어의 구분도 없었다.
오직 음악이 좋아 모였고 음악만으로 하나가 되었다. 그들은 꿈을 꾼다. 대한민국이 희망의 나라가 되기를…
정기연주회가 열린 5월 20일 토요일 오후 남산자락의 국립극장 KB하늘극장엔 하얀색의 합창단복으로 멋지게 차려입은 합창단원들과 그 가족, ROTC합창단, CSI퓨전오케스트라 등 그야말로 입추의 여지없이 무대와 관객석을 가득 채웠다.
대한민국휠체어합창단과 ROTC합창단, CSI퓨전오케스트라의 상임지휘자이신 정상일교수(세한대 실용음악과)께서 ‘관객이 꽉 차지 않으면 다시는 지휘를 하지 않겠다고 생각했다’는 익살스러운 멘트로 시작된 정기연주회는 장애인도 비장애인도, 단상위의 합창단원과 객석의 관객들 구분이 없는 ‘하나가 되는 시간’이었다.
최근에 문재인 정부에서 헌법재판소장으로 지명된 김이수 재판관께서 지명이후 첫 공식행사로 참석하고 격려의 말씀까지 해 주어 참가자 모두에게 희망의 기운을 가득 뿌려주었다. 합창단의 태동부터 지켜보신 분이라 합창단의 발전모습에 매우 만족해하시고 더 나은 발전을 주문하였다.
본격적으로 시작된 1부 공연은 CSI퓨전오케스트라의 신나는 연주로 시작되었다. 꽹과리와 피리, 퉁소, 해금의 동양적인 소리와 바이올린, 섹소폰, 드럼과 전자악기의 서양의 소리가 기막힌 조화를 이루어 다양한 유형의 장애인들로 구성된 합창단의 구성과 매우 흡사하다고 생각했다.
이후 이어진 100여명의 합창단원의 입장도 감동적이었다. 손이 불편한 장애인들을 위해 자원봉사자들이 밀어주고 또는 스스로 전동과 수동의 휠체어를 밀어서 자리를 잡는데 시간이 꽤 결렸다. 이때에도 관객들은 계속 박수를 치면서 긴장하지 않도록 격려해주는 마음씨는 그래도 여기에 오신 분들은 장애에 대한 인식이 남다르다고 생각했다.
합창단원의 감미로운 선곡을 마치고 ROTC합창단원이 합류하여 군 출신다운 힘 있는 목소리로 어우러져서 병사들의 합창과 장애인의 노래 이어서 애국가까지 관객 모두와 함께 합창을 하는 씩씩한 무대가 이루어졌다.
이어서 특별순서로 상임지휘자이신 정상일 교수를 한국척수장애인협회의 ‘척수장애인 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으로 위촉하는 순서를 가졌다. 향후 척수협회는 정상일 위원장을 중심으로 척수장애인 예술인의 활발한 활동을 지원하도록 할 것이다.
이어진 2부 순서의 첫무대는 바퀴달린 성악가 바리톤 이남현 교수의 묵직한 목소리로 부르는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라는 노래는 필자의 눈을 저절로 감기게 하고 그간의 삶을 곱씹어 보게 하는 힐링의 시간을 갖기에 충분했다.
본격적으로 이어진 합창단원들이 율동과 함께 관객들에게도 친숙한 팝송과 한국민요, 대중가요를 적절히 혼합하여 신나는 무대를 선사해 주었다. 합창 중간마다 이남현 교수와 임일주, 신인교씨의 곡 중 솔로는 관객들의 이목을 집중시킬 만큼 마성을 지녔다.
마지막 앵콜곡은 전국 또는 전 세계 어디서나 대한민국휠체어합창단을 부르면 달려간다는 소명을 함께 한다며 대중가요인 ‘무조건’을 관객과 함께하며 순서의 대장정을 마무리 했다. 합창단은 그간 국내의 다양한 행사는 물론 오스트리아, 이탈리아의 공연을 했고 올여름에는 모스크바, 가을에는 미국의 카네기홀에서도 공연계획이 있다고 했다. 글로벌한 행보이다.
합창이란 누구의 독보적인 활약을 용납하지 않고 모두가 평등하게 옆 사람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면서 서로를 받쳐주는 아름다운 활동이다. 독창에서는 자신의 소리를 맘껏 낼 수 있으나 합창은 서로 소리를 하나로 이뤄야하기 때문에 절제된 소리를 서로 한소리처럼 만들어야 하는 인내가 필요한 가장 중요한 요건이고 이상적인 합창이란 모든 소리들의 일치에서 나온다고 한다.
매주 토요일마다 서울 대학로의 이음센터에서 연습을 한다는데 전라도 광주에서도 참여하고 경남 양산에서 매주 참석하는 단원도 있다고 하니 그 열정이 놀라울 뿐이다. 미국 뉴욕에서 참여한 한 명예회원은 단 두 번의 연습을 하고 오늘 이 무대에 섰다고도 한다.
이끌어주고 밀어주는 아름다운 마음들이 이곳에서 시작되고 있다. 타 장애의 이해부족으로 장애인끼리 상처받는 일들이 우리 주위에 얼마나 많이 있는지 우리는 알고 있다. 이 합창단은 우리가 추구해야 할 삶의 모습이 이곳에서 보였다.
기다려주고 격려하고 감동해주고 이런 지극히 당연한 모습들이 어색했던 시간들이 있었다. 대한민국휠체어합창단의 작은 울림과 실험들이 나비의 날개 짓이 되어 대한민국 방방곡곡에 나비효과로 나타나 희망의 폭풍이 불기를 희망한다.
참 아름다운 공연이었다.